BOOK

[책 리뷰] 가재가 노래하는 곳.

미나1 2024. 9. 25.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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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인 델리아 오언스의 첫 장편 소설.

습지의 판잣집에서 홀로 살아가는 여자의 이야기. 로맨스이자 법정 스릴러다.

소설 구석구석 그녀의 외로움이 묻어져 나온다. 부모와 형제들이 판잣집을 표표히 떠나가고, 생존하기 위해 잡초를 솎거나 홍합을 캐는 것으로 생명은 연장해간다.

가족도 버린 그녀를, 따스하게 품어주는 건 습지 뿐. 동그라미를 그리며 하늘을 선회하는 재갈매기를 친구 삼아 그녀는 자신의 슬픔을 달랜다. 그녀가 애정을 품는 대상이 사람이 아닌 자연이라는 점에서, 외로움은 소외구나, 외로움은 습지처럼 끈적끈적하고 조용한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중반부부터 장르가 로맨스로 바뀐다. 이때, 사실 다소 흥미가 떨어졌다.

두 남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카야를 보면, 마치 10대들을 위한 연애 소설을 읽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또한 카야의 외로움을 표현하는 장치 중 하나이며, 소설의 굵직한 스토리를 따라가기 위한 중요한 발돋움장치이라는 것을 안다.

카야의 간절함. 누군가와 함께 살고 싶다는 카야의 간절함이 가장 잘 표현이 된 장면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 로맨스라는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아쉽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보다는 로빈스 크루소나 파이 이야기처럼 독립적인 캐릭터가 더 마음에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재밌게 읽었던 이유는, 긴 시를 읽는 것 같은 서정적인 문체 때문이다. 실제로 시가 많이 인용되어 있을뿐더러, 습지를 묘사하는 장면이 가히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늘어져 있는 참나무와 전나무. 조개껍질과 새의 깃털. 스르르 바닷속으로 들어가는 거북이에게 언제 이렇게 관심을 가져보겠는가.

태어날 때부터 건물에 둘러싸여 자란 나로써, 자연을 섬세히 묘사한 글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삼각관계의 사랑이야기보다, 외로움 속에서 피어난 자연이야기가 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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