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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빌리 아일리시 신곡 뮤비 해석, '치히로' 잃고 싶지 않은 자아.

by 미나1 2024. 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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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 아일리시 CHIHIRO 뮤직 비디오

 

 

빌리 아일리시가 세 번째 정규앨범과 함께 컴백했습니다.

3집 정규 앨범은 '히트 미 하드 앤 소프트(HIT ME HARD AND SOFT)'이며 트랙 곡 모두가 하나의 곡처럼 이어지는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빌리는 앨범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과 감정을 담았다고 합니다. 빌리의 3집 앨범 커버는 물 속에 가라앉는 빌리의 모습이 담겨 있는데요. 빌리는 인터뷰를 통해 커버에 담긴 의미를 말해주기 보다는 팬들이 원하는 대로 상상하시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그럼, 빌리의 얘기한 것처럼 오늘은 앨범 곡 중 하나인, 치히로(CHIHIRO) 곡의 뮤직비디오를 저의 상상력을 동원해 해석해 보고자 합니다:)

 

빌리 아일리시 'CHIHIRO' 뮤비 해석

 

 

 

문은 어떤 의미? 

캄캄한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가는 빌리. 복도에는 무수히 많은 문이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은 닫혀있지만 이따금 몇몇 문은 열려 있는데요. 빌리는 복도를 걸으며 열린 문을 모두 닫아버립니다.

그리고 마지막 문 앞에서 잠시 망설이는가 싶다가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사람들은 때때로 자신의 마음을 '문'에 비유하고는 합니다. '마음의 문이 닫혔어.'  '닫힌 마음을 열어 줘.'라는 말로, 마음을 대신 표현하죠. 또, '문'은 새롭거나 비밀스러운 곳으로 이동하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영화나 예술 작품에서 숱하게 등장하는 소재입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는 문을 통해 요괴가 지진을 일으켰고, '트루먼쇼'에서는 트루먼이 기존의 곳을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이동하는 데에 문이 활용됐습니다. 빌리 아일리시의 뮤직 비디오에서 등장한 무수히 많은 문 또한 예술 작품에서 자주 쓰이는 바로 그 의미가 아닐까 합니다. 새로우면서 비밀스러운 그곳을 향한 매개체. 빌리 자신의 진심으로 향하는 통로가 아닌가 싶습니다.

 

빌리의 자아는 문 속 어딘가에 꽁꽁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부탁이야. 문 좀 열어줘.'

라는 노래 가사와 함께 빌리는  탈출구 표시등이 있는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부탁이야, 문 좀 열어줘.'


 

뮤비 속 남자, 그는 누구인가? 빌리의 남친 혹은 빌리의 또 다른 자아 치히로?

전과 같은 복도가 나옵니다. 마찬가지로 무수히 많은 문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문 중 한 곳에서 남자가 튀어나옵니다. 빌리는 그를 향해 화를 내며 쫓아갑니다. 남자는 도망을 갑니다. 둘은 거칠게 싸우는가 싶다가 방긋 웃으며 손을 잡고 건물 밖으로 나옵니다.

 

밖으로 나온 남자와 빌리. 

거친 화면처리를 통해 그들의 흥분된 마음이 전해집니다. 나무와 육교 다리, 전봇대, 가로등... 바깥으로 나오게 되어 흥분한 걸까요? 불안한 걸까요?둘 다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연녹색 잔디밭. 

그곳에서 재회하는 남자와 빌리입니다. 하지만 복도에서의 상황이 역전됩니다. 이번엔 남자가 빌리를 향해 매섭게 쫓습니다. 빌리는 도망을 가다가 남자에게 잡힙니다. 둘은 다시 싸웁니다. 잔디밭을 뒹굴며 서로의 목을 조르려 애씁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물 속으로 가라앉는 빌리의 모습이 교차편집되어 보여줍니다.

 

남자가 바로 치히로가 아닐까 싶습니다. 즉, 빌리의 진짜 이름, 진짜 자아인 거죠.

마치 지킬 앤 하이드처럼 두 자아가 서로의 몸을 차지하기 위해 싸웠다가, 통합되어 사이 좋게 지냈다가, 다시 또 싸우는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제목이 치히로? 우리가 아는 센과 치히로의 그 치히로?

노래에 "너, 내 이름을 잊지 않겠다고 했잖아." 라는 가사가 있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 센과 치히로에서도 이름은 아주 중요한 소재였습니다. 센 또한 치히로라는 자신의 진짜 이름을 잊지 않기 위해 애쓰는 장면이 있듯이, 빌리의 치히로는 센과 치히로에서 영감을 받고 제작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노래 가사는 누군가를 향해 쓰는 편지 같습니다.

'너는' , '나에게서.' 와 같은 표현들을 통해 그런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사 속 작중 화자는 혼란스러워 보입니다.

'널 전혀 못 알아보겠어.' '널 모르겠어.' '내가 알던 네가 아니야.' 라는 말들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후렴구에서 반복되는 가사는

'내 사랑을 빼앗아갔니? 나에게서?'

라고 되어 있습니다. 작중 화자는 '너'라는 사람에게 분노와 속상함을 동시에 품고 있는 듯 합니다.

 

먼저 가사에서 말하는 '나'는 누구고, '너'는 누구인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나'란 빌리의 진짜 자아(뮤비 속 남자)(곡명인 치히로)이고, '너'란 사회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표면적 빌리의 자아가 아닐까 합니다. 치히로는 표면적인 빌리가 달라진 것 같다고 하고, 또 자신이 알던 모습이 아니라며 질책합니다. 마지막으로 빌리가 치히로의 사랑을 앗아갔다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연애에 관한 내용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치히로라는 제목과 의미가 맞닿는 부분이 없는 것 같아, 치히로라는 곡은 빌리의 자아를 대신한 노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빌리 아일리시는 '버라이어티 파워 오브 우먼(Variety's Power of Women)' 에서 커밍아웃을 한 적이 있는데요.

여성을 좋아하든 남성을 좋아하든 빌리의 어떤 자아도 깊은 문 속의 문 속으로 가두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모든 아티스트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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