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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책리뷰] 1913년 세기의 여름 북리뷰.

by 미나1 2024. 9.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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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4년 7월 28.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세르비아에 전쟁을 선포하여, 유럽을 중심으로 전쟁이 발발하게 된다. 유럽 국가들은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러시아와 미국도 정치적 연유로 인해 이에 참전한다. 세계 곳곳은 포연에 둘러싸이게 됐다. 모더니즘이 꽃피우던 시기, 예술 살롱과 전시회는 사라지고 대신 폐허가 되어버린 땅 위에서 사람들은 근신 걱정에 시달린다. 총소리. 폭탄이 터지면서 나오는 연기. 섬광. 그리고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 이때만큼 전 세계가 같은 역사와 아픔을 공유하는 시대가 있을까? 이것이 바로 세계 1차대전이다. 그런데 작가는 궁금증을 던진다. 이 거대한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인 1913년에는 어땠을까? 전쟁의 중심지였던 유럽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러한 물음을, 작가는 예술가과 정치인, 건축가와 패션디자이너 등 다양한 유명인들을 통해 보여준다. <1913년 세기의 여름>은 그러한 책이다.

 

신문 기사처럼 짧은 호흡으로 여러 사건들을 동시다발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서 나오는 인물은 거의 200명에 다다를 정도로 많다. 때문에 이미 알고 있는 인물도 있지만, 이름조차 몰랐던 예술가와 정치인들도 등장하기에 책의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책은 친절하게 인물들을 설명해주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세계 1차대전의 서막을 선명하게 보여줄거라고 오해했다. 그래서 오스트리아와 독일, 발칸제국의 정치인들이 책의 대부분 지면을 차지할 거라 생각했지만, 미술사를 공부한 저자답게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은 예술가다. 프란츠 카프카의 신경쇠약적 기질과 그의 우유부단한 사랑을. 알마를 향한 코코슈카의 병적인 사랑과 <바람의 신부> 그림의 탄생 배경을. 엘제 라스커 쉴러의 강렬한 시와 그녀가 프란츠 마르크에게 받은 명화, <푸른 말들의 탑>에 대해 이야기한다. 포스터모더니즘을 예술계이 이끈 마르셸 뒤샹의 일상과, 사라진 <모나리자> 그림의 행방. 그리고 헤세의 불행한 부부생활의 일상도 보여주며, 토마스 만의 동성애적 성향과 마르셸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등에 대해서 말한다. 물론 그 중간 중간 오스트리아 제국의 황제와 황태자가 등장하면서 발칸 제국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음 또한 보여주지만 개인적으로는 1913년 예술의 역사를 훑어보는 느낌이 강했다. 인상파주의가 치솟고, 모더니즘의 꽃봉오리가 피우기 직전. 많은 인물들이 신경과민에 시달리기도 한 시기였다.

 

1년 전 임에도 그 누구도 1914년에 전쟁이 발발할거라 예상하지 못했으며, 그와 정반대로 많은 지식인들이 세계의 경제는 긴밀하게 엮여 있기에 인간사에는 더 이상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한 이들이 많았다는 것이 놀라웠다. 또한, 그림과 책으로만 봤을 때는 워낙 거장이기에, 나와 닮은 점이라는 없을 것 같다고 지레 짐작했다. 그러나 그런 인물들 안에서도 내가 느낀 외로움과 불안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론 위안(?)이 되기도 했다. 뚜렷한 메세지를 전달하지 않고, 객관적 사실만을 나열한 책이라 더욱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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